습지(濕地, Wetland)는 지구 전체 지표면적의 약 6%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그런데 이 습지에 지구상의 생물 중 약 2 %가 터전을 잡고 살아가고 있고 해양생물의 약 60%가 산란하거나 서식한다. 또한 어업활동의 90%가 직·간접적으로 이 습지에 의존하고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습지란 ‘물기가 있는 축축한 땅'으로 단순하게 표현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습지 혹은 늪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느낌은 아직도 부정적인 면이 많아 습지라고 하면 음침한 곳, 쓸모 없는 땅, 모기와 벌레들이 들끓는 세상쯤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금만 다른 시각에서 습지를 바라보면 습지가 우리에게 주는 혜택이 너무나 많은 것에 새삼 놀라게 된다.
먼저 습지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는 생물상의 보고이다. 육지와 물을 이어주는 중간단계의 생태적 환경특성과 다양한 서식처는 생물들에게 살 터전을 제공해 높은 ‘종 다양성'을 보이는 지역이다. 습지는 오랜 세월동안 많은 양의 퇴적물이 쌓이고 쌓여 독특하고 아름다운 수생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었다. 이들 식물을 터전으로 곤충류, 양서류, 파충류, 어패류, 조류 등의 먹이 그물이 잘 형성되어 있다.
또, 습지는 거대한 ‘천연 정화조'이다. 습지에 사는 많은 식물들은 물에 포함된 질소, 인 등 여러 가지의 영양물질을 흡수해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선진국에서는 습지의 시스템을 응용해 실제 생활에 소규모 정화시설을 만들고 있으며 최근 우리 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시도가 진행 중이다.
습지는 그 자체가 홍수 범람을 억제하고 물을 저장하는 ‘자연댐'이다. 비가 온 뒤 습지는 늘어난 유량의 여유 분을 저장하는 저수지 역할을 하며 늪지의 식물들은 물의 흐름을 지연시켜서 유량의 극심한 변화를 막아 홍수발생을 완화시키기는 역할도 한다. 자연습지는 댐이나 저수지, 관개시설을 줄이는 경제적인 효과가 있으며 습지의 물은 곧 생활용수나 농업용수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습지는 어패류 양식장, 수상놀이, 심미적인 기능, 국지적인 기후조절 기능 등도 갖고 있다.
이처럼 습지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70년대 이래 국내외에서 정부(GO) 및 비정부조직(NGO)을 중심으로 습지보전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 나라는 90년대부터 실질적인 습지보호 노력들이 나타났고 1998년 2월에는 정부가 습지보전법을 제정하여 습지를 효율적으로 관리·보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교적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습지보호 국제조약으로 람사(RAMSAR)조약이 있다. 람사조약은 정확히 말하면 1971년 이란의 람사에서 채택된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을 말한다. 이 조약은 지구적 환경오염으로 인해 사라져 가고 있는 철새들의 서식지와 습지의 다양한 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2000년 1월 현재 람사조약에는 117개국, 1011곳의 습지가 등록되어 있다.
우리 나라는 지난 97년 7월 101번째로 람사조약 회원국에 가입했다. 람사조약 가입 때 1곳 이상의 습지를 람사 습지목록에 등재하도록 되어 있는데 우리 나라는 강원도 인제군 대암산 용늪에 이어 지난 98년 3월 경남 창녕군 우포늪이 두 번째 람사 습지로 등재됐다. 최근에는 강화도 갯벌과 낙동강하구에 대해서도 람사 습지 등록운동이 추진중이다. |